하굣길 마네킹
귤귤귤 · 2026년 9월 9일 · 조회 22그때는 10시까지 야간자율학습을 했던 때였다.
그날도 어김없이 지친 몸을 이끌고 큰길 쪽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는 하교길에 올랐다.
그런데 이상하게 몸과 마음이 지친 탓인지 길이 멀게만 느껴졌다. 평소대로라면 10분이면 가는 거리를 어째서 20분 동안 헤매는 기분이었을까.
의아함이 들던 순간 학교 근처 치킨집을 지난 시점에서 알 수 없는 안개가 훅 다가오더니 갑자기 시야를 가려왔다.
당황한 것도 잠시 바로 옆에서 시선이 느껴졌다.
처음에는 혹시 그것들인가 싶었지만 단순히 폐업한 가게 유리창을 바라보던 마네킹일 뿐이었다. 이상한 건 등산복을 입고 있었다는 정도.
너무 심오한 생각이 들기 전에 자리를 떠야겠다는 생각에 발을 움직였을 때였다.
-스스스스
뱀이 풀숲을 헤집는 소리에 깜짝 놀란 채 소리가 나는 방향을 바라봤다.
아, 마네킹이 있던 곳이었다.
그런데 그 마네킹 누가 건드렸나?
왜 날 똑바로 바라보고 있는 거지.
무서운 기분이 등줄기를 타고 덮쳐오자 발길을 재촉해 뛰다시피 했다.
-스스스스스
뚝.
-스스스스스
뚝.
이상한 소리가 들려서 뒤를 돌아볼 용기는 나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이른 등교길 어제 밤에 있던 일이 떠올랐다.
마침 건물 앞을 청소하던 분이 보여서 가게 옆에 마네킹을 혹시 수거해 갔냐고 조심스레 물었다.
하지만 그분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이렇게 대답했다.
"마네킹? 본 적도 없는데."
아저씨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내 귀는 어떤 소리에 주목했다.
텅 빈 골목길 저 너머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스스스스스
뚝.
아, 보이진 않지만 또 들리는 소리.
분명 가게 옆 창문이었고 난 그것이라 확신하며 다음부턴 그 지점에서 눈을 꼭 감고 발을 재촉했다.
창작 정보: 이용자 창작
표시된 학교는 이야기의 배경으로 선택된 곳이며 실제 사건을 의미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