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장에서
이jaen · 2026년 9월 2일 · 조회 20야간 자율학습이 끝나고 모두가 정문을 향해 쏟아져 나가던 시간, 나는 괜한 오기가 생겨 운동장 구석 철봉대에 홀로 남아 있었다. 한적한 밤공기 속에서 에어팟을 끼고 턱걸이를 하거나 텅 빈 운동장 한가운데서 축구공을 굴리며 노는 건 제법 운치 있게 느껴졌다. 학교 전체의 불이 꺼지고, 운동장을 비추는 건 나지막한 보안등 몇 개와 아파트 단지 쪽에서 넘어오는 희미한 불빛뿐이었다.
사건은 밤 10시 15분, 철봉에 멍하니 매달려 숨을 고르고 있을 때 일어났다.
스마트폰 화면을 보며 걸어가는데, 운동장 중앙 스탠드 앞 조례대 근처에서 '쿵, 쿵' 하는 낮고 무거운 소리가 들렸다. 농구공을 튀기는 소리 같기도 하고, 무언가 단단한 것이 흙바닥에 떨어지는 소리 같기도 했다. 에어팟을 빼고 조례대 쪽을 바라보았다.
조례대 바로 밑, 그림자가 가장 짙게 드리워진 곳에 누군가 쪼그려 앉아 있었다. 체육복을 입은 학생 같았다.
"이 시간에 누구지? 야자 끝나고 안 갔나?"
혼자 가볍게 생각하며 발걸음을 돌리려던 찰나, 그 형체의 움직임이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애는 쪼그려 앉은 채로 고개를 완전히 뒤로 꺾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몸은 조례대를 향해 앞을 보고 있는데, 고개만 180도 돌아가 정확히 철봉대에 있는 나를 직시하고 있었다. 보안등 불빛에 반사되어 빛난 건 그 사람의 눈이 아니라, 하얗게 드러난 치아였다. 기이할 정도로 넓게 찢어진 입으로 씨익 웃고 있었다.
순간 온몸의 피가 싹 빠져나가는 듯한 공포가 밀려왔다. 소리를 지를 수도 없었다. 내가 얼어붙어 있는 것을 확인하려는 듯, 그 형체는 쪼그려 앉은 자세 그대로 관절이 기괴하게 꺾이는 소리를 내며 나를 향해 빠른 속도로 튀어 오르기 시작했다.
'스윽, 팟, 스윽, 팟.'
사람의 걸음걸이가 아니었다. 네 발로 바닥을 차며 계단과 흙바닥을 미친 듯이 긁어오는 소리가 밤의 정적을 깨뜨렸다.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정문 쪽으로 미친 듯이 뛰었다. 가방이 덜컹거리고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창작 정보: 이용자 창작 · 생성형 AI 각색
표시된 학교는 이야기의 배경으로 선택된 곳이며 실제 사건을 의미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