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사 벽에서 들린 소리
라마 · 2026년 9월 17일 · 조회 45일단 당시 우리 룸메이트들은 서로 그렇게 친한 사이가 아니었음.
그날따라 나는 유독 피곤해서 다른 룸메이트들보다 먼저 잠이 들었음.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사람들이 대화하는 말소리가 들리기 시작함.
‘아, 룸메들이 이야기하나?’
우리 룸메들이 전부 영어과였기 때문에, 나는 처음에는 그냥 영중영일끼리 친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줄 알았음. 순간 ‘진짜 서운하네…’라는 생각까지 했음.
그런데 이상함.
내가 누워 있는 방향을 기준으로 생각하면 소리가 들려야 하는 곳은 오른쪽임. 그런데 말소리는 계속 왼쪽에서 들리고 있던 것임.
그래서 나는 ‘아, 옆방에서 이야기하나 보다.’ 하고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다시 잠들려고 함. 그런데 갑자기 한 가지 사실이 떠올랐음.
우리 방은 기숙사의 끝방이라는 점.
즉, 내가 누워 있는 방향에서 왼쪽 벽 너머에는 옆방이 없었음. 그냥 밖인 것임.
그 순간부터 너무 무서워졌음. ‘이게 대체 뭐지?’ 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마치 내가 깨어 있다는 걸 눈치챈 것처럼 왼쪽에서 계속 말소리가 들렸음.
“야, 얘 깼나 본데?”
“야, 여기 봐봐.”
“여기 보라고.”
그러더니 갑자기 왼쪽 어깨를 톡톡 건드리는 느낌까지 들기 시작함.
하지만 나는 당시 K고3이었음.
입시에 찌들어 있었고, 너무 피곤했고, 그냥 모든 게 귀찮았음.
결국 참지 못하고 나도 모르게 왼쪽 침대를 퍽! 치면서
“아, 좀 적당히 해!”라고 소리쳤음.
그런데 말을 내뱉은 순간, 두 가지 생각이 동시에 떠올랐음.
첫 번째. ‘만약 진짜 귀신이라면? 내가 화냈다고 나한테 악의를 가지면 어떡하지?’
그리고 두 번째. ‘만약 룸메이트들이 이걸 봤다면?’
나는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때리면서 화낸 사람이 되어버릴 수도 있는 것임.
그래서 급하게 수습하려고
“……라고 할 뻔.”
이라고 중얼거리고 그대로 잠들었음.
그리고 신기하게도 그날 이후로 지금까지, 왼쪽 벽에서 떠드는 소리는 단 한 번도 들리지 않았음.
창작 정보: 이용자 창작
표시된 학교는 이야기의 배경으로 선택된 곳이며 실제 사건을 의미하지 않습니다.